세계적인 음악·헤드폰 기업 비츠 일렉트로닉스가 1년 전 애플에 인수됨에 따라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닥터드레’ 헤드폰 공식 수입자 또한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로 변경됐다. 그 전까지는 CJ E&M이 비츠 일렉트로닉스 제품의 국내 수입과 유통, 마케팅을 도맡았는데 애플이 비츠를 인수한 후에는 제품의 수입과 관리는 애플코리아가 담당하게 됐다.
AS 역시 전에는 CJ E&M이 투바라는 업체를 통해 진행했으나 현재는 애플 서비스센터로 관련 업무가 이관된 상태다. 소비자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별 체감을 못하지만 제품이 생산돼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기까지의 제반 프로세스가 크게 변한 셈이다.
그런데 이 변화가 얼마 전 큰 문제로 부상했다.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블루투스 스피커 ‘비츠 필 XL’의 일부 제품에서 전원부 이상이 발생해 애플이 해당 모델 전량을 환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환불 소식을 전과 달리 애플코리아가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했고, CJ E&M은 애플코리아 측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애플코리아는 애플 홈페이지 내 특별 페이지(http://www.apple.com/kr/support/beats-pillxl-recall)를 통해 제품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또 있다. 하나는 애플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해당 페이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사를 통해 알려진 링크를 타고 들어가지 않고서는 거의 찾기가 불가능하다. 애플 홈페이지 하단에 아주 조그맣게 써 있는 ‘Apple 정보’를 누르고 들어가야만 비로소 ‘Beats Pill XL 소비자들을 위한 중요 공지’라는 한 줄짜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 어디에서도 제품 리콜·환불에 대한 안내문구나 배너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환불 금액이다. 애플은 보도자료에 “안내 절차에 따라 (제품을) 반품하고 전자 결제 방식으로 35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해당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43만 5000원이다. 비츠 일렉트로닉스 제품 특성상 오프라인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거의 소비자가격에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구매한 가격보다 8만 5000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직원에게 문의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2명의 애플코리아 직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전화도 수 차례 걸었지만 1주일이 넘도록 답변이 없었고, 문의 8일째인 오늘(12일)은 두 담당직원의 전화기가 모두 꺼져 있었다.
애플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이쯤 되니 해당 제품 반납 후 35만원 환불에 3~4주나 걸린다는 애플 측의 공지는 문제 축에도 끼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트리밍 뮤직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츠 뮤직'을 얻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따라서 닥터드레 헤드폰이나 이어폰, 스피커 등은 애플이 크게 관심 두지 않는 부분이고 그에 대한 명확한 업무 이관이나 담당자가 제대로 세팅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 있으며, 특히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상당히 좋다. 그렇지만 AS에 대해서만큼은 줄곧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비츠 일렉트로닉스가 애플에 인수된 뒤 AS는 더욱 나빠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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