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1일 토요일

고급 헤드폰보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음이 일품, 카다스 'EM5813' 이어폰

헤드폰과 이어폰에 소음제거(Noise Cancelling) 기능이나 블루투스 같은 첨단 기능이 들어가는 것과 달리, 일부 하이엔드 제조사들은 이런 기술적인 편의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음질’에 치중하며 ‘My Way’를 가고 있다. 미국의 하이엔드 케이블 제조사 ‘카다스 오디오(Cadas Audio)’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어폰을 출시한 ‘케이블’ 제조사다. 

이어폰 전문회사보다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탄생'


▲ 이어폰의 패키지. 사람의 달팽이관과 이어폰 하우징의 크기를 묘사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카다스 오디오는 1987년부터 오디오 전문가용 케이블을 만들어 온 미국의 업체다. 본업은 노이즈 적은 고음질 케이블 제조지만 이 회사가 이어폰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재밌다. 
카다스 오디오의 창업자 조지 카다스가 유명 인이어 헤드폰 제조사로부터 케이블 제작 의뢰를 받았는데 조지가 해당 제품을 청음했을 때 그 사운드에 적잖이 실망했고, 자신이 더 좋은 음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이어폰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EM5813 모델 1 이어폰의 내부 구조(사진=카다스 오디오)
▲ EM5813 모델 1 이어폰의 내부 구조(사진=카다스 오디오)

그 후 조지는 샘플을 만들고 음을 측정하고 디자인을 수정하고 또 샘플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4년간 반복하며 새로운 이어폰을 만들었다. 당시 다이내믹형 이어폰에는 마일러(Mylar) 드라이버를 사용한 제품이 많았지만 조지는 그 어떤 드라이버 유닛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새로운 재질로 된 초박막 PEN(Polyethylene Naphthalate) 다이어프램을 가지고 11.5mm 구경의 오리지널 드라이버 유닛을 만들었다.


‘EM5813 Model 1'은 이어폰 아닌 '이어 스피커'


▲ 황동 하우징과 카다스의 고급 케이블을 사용하는 등 품질 면에서 최고급 물량이 투입됐다.

카다스 오디오는 이 이어폰을 이어폰 또는 인이어 헤드폰이라 부르지 않고 인이어 스피커라 부른다. 그만큼 음악성이 두드러지는 이어폰, 마치 스피커로 듣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음색이라는 의미다. 

거창한 이름만큼 외형도 남다르다. 카다스 오디오가 만든 이어폰의 하우징은 금관악기에 주로 사용되는 황동이 쓰였다. 고순도 황동을 통째로 절삭 가공해 하우징과 도관을 만든 것은 황동 특유의 음 특성이 자연음에 가까운 주파수 재생이 가능하고 내부 진동 억제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풍성한 저음과 그로 인한 넓은 공간감도 황동 소재를 사용한 덕분이다. 

당연히 이어폰의 케이블에는 자사의 고급 스피커 케이블의 기술을 고스란히 간직한 케이블이 쓰였다. 이 이어폰의 이름은 ‘EM5813 Model 1(이하 EM5813)’이다. 

독특한 구조와 설계, 재질만큼 디자인도 남다르다. 반짝반짝 빛나는 매끈한 황동 아래로 패브릭으로 덮인 케이블이 내려오며 스플리터 아래로 합쳐진 부분에서는 여느 이어폰보다 엄청나게 굵은 케이블로 바뀐다. 일반적인 이어폰 케이블보다 3배쯤 더 두껍다. 노이즈가 적고 사운드의 분리도와 음의 선명함을 극대화시켜 주는 이 케이블은 감히 이어폰 중에서 최고의 품질이라 칭할 만하다. 


▲ 일반 헤드폰 케이블과 카다스 이어폰 케이블의 두께 비표

이어폰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사람의 귓속 달팽이관과 닮았다. 조지는 인간의 고막과 거의 동일한 크기로 단일 드라이버 유닛을 제작했고 달팽이관 껍질과 고막의 구조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달팽이관은 카다스 오디오의 로고이기도 한데, 이 모양은 1 : 1.61803393...의 황금비율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조지는 EM5813 이어폰에 이 황금비율을 적용한 것이다. 도요타의 로고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안 맨’ 드로잉, 파르테논 신전, 노틀담 성당도 모두 이 황금비율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저음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이어팁 제공 


▲ 이어폰에 동봉된 액세서리들

EM5813 이어폰의 패키지를 열면 가죽으로 된 파우치와 귀지 청소기, 두꺼운 케이블을 옷에 고정시킬 수 있는 클립, 교체용 컴플라이 폼팁,(T-400), 그리고 듀얼 플랜지 구조의 실리콘 팁이 2종류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이어폰에는 이어팁이 대/중/소로 각각 한 쌍씩 동봉되는 데 반해 EM5813은 사이즈가 2개의 실리콘 팁의 크기가 같다. 다만 디자인이 살짝 달라 하나는 베이스가 적고 플랫한 성향으로 소리가 들리게 된다. 하얀색이 저음이 강조된 이어팁이고 파란색이 플랫한 성향의 이어팁이다. 


구동 쉽고 울림 좋은 '내추럴 사운드'

음질적으로는 우선 구동이 매우 잘 된다. 임피던스가 32옴이지만 같은 임피던스의 제품보다 볼륨 레벨이 좀 더 크게 들린다. 그리고 저음이 강조된 이어팁이라 해도 밸런스가 상당히 우수하다. 저음만이 강조되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소리가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그러다 보니 공간감이 강조된다. 소리의 울림이 좋다 보니 소리의 표현력이 무척 뛰어나다. 다른 제품보다 ‘음악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점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밸런스, 해상력이 좋고 소리가 풍성하니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조금 큰 음량에서도 불편하지 않다. 

소리에 착색이 적지만 정보량이 많고 중음역대가 탄탄해 음이 심심하게 들리지 않는다. 음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 케이블 탓인지, 황동 탓인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사실적이며 따뜻하고, 윤기 있게 들린다. 

EM5813에 대해 장점만 나열했지만 단점은 의외의 부분에 있다. 소리는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케이블이 두껍다 보니 무게감이 상당하다. 무게에 민감한 이라면 이 무게가 신경 쓰일 수 있다. 스플리터 아래로는 터치 노이즈가 거의 없지만 유닛에서 스플리터까지의 케이블은 터치 노이즈가 있다. 

케이블 길이도 1.5m로 꽤 길다. 일반적으로 이어폰 케이블 길이는 1.2m가 많은데 30cm 더 길어 한층 무겁게 느껴진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연결해 듣는 도중 전화가 걸려오면 리모컨·마이크가 없어 스마트폰 본체 가까이 입을 대고 말해야 한다. 아무래도 이 점은 불편하다. 

사용하다 보니 EM5813은 본격적인 ‘인도어’용 이어폰이라고 생각된다. 야외에서 이동 중에 사용하기에는 무겁고 불편하다. 소리는 참 좋고 디자인도 예쁜데다 고급스럽지만 바깥에서 막 사용하기에는 국내 판매가격 60만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집이나 사무실 등에 두고 사용하면 제품에 대한 불만이 거의 사라지고 만족감이 더 커진다. 야외에서 간편하게 착용하는 용도의 이어폰이지만 카다스 오디오의 EM5813만큼은 실내에서 더 빛을 발하는 제품이다. 



▲ 사진=카다스 오디오

장점 
굉장히 자연스럽고 풍성한 음
이어폰을 구입하면 고급 카다스 케이블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장시간 착용해도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다 .

단점 
굵은 케이블은 무겁고 길어 야외에서 사용하기 썩 좋지 않다. 
60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 

총평 
EM5813은 하이엔드 케이블 전문기업이 만든 이어폰이지만 제품 철학과 기술 면에서 전통 있는 이어폰 제조사들보다 오히려 앞선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의 상성이 떨어지지만 적당한 가격의 헤드폰 앰프와 매칭시킨다면 고급 헤드폰 못잖은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