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일 목요일

필립스 프리미엄 헤드폰-피델리오 M1BT, L2 리뷰


소니와 함께 오디오 CD 포맷과 SACD를 개발한 필립스는 생각보다 꽤 오디오에 대한 특허와 노하우가 많은 전문기업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특색 있는 기기들이 잘 알려지지 않고 전동칫솔과 면도기, 주방조리기 등으로 더 친숙하다.

그러나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라면 2002년 필립스가 국내 시장에 내놓은 SACD-1000이라는 제품을 기억할 것이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 멀티채널 SACD 플레이어이며, 동시에 DVD 플레이어 기능까지 겸하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국내 판매량도 상당했던 모델이다(물론 DVD-Audio는 재생하지 않았기에 엄밀히 얘기하면 유니버설 플레이어라 부르기 어렵지만 일반 CD 포맷 등 주요 광 디스크를 재생할 수 있어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분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후 국내 AV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필립스는 오디오 제품 출시를 줄이며 주방·생활가전과 조명사업부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나갔다.

얼마 전에는 필립스가 필립스의 음향과 홈 엔터테이먼트 관련 사업부를 욱스 이노베이션스(WOOX Innovations)로 독립시켰고 이를 다시 악기 전문기업 깁슨(Gibson)이 인수했다. 깁슨은 이미 온쿄와 티악 등 음향회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는데 이번 욱스 이노베이션스 인수도 기존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하고 필립스 브랜드도 고스란히 사용하기로 함으로써 필립스의 정통성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깁슨 산하 욱스 이노베이션스가 맞지만 본 기사에서는 편의상 ‘필립스’로 표시했다.

▲ 필립스 피델링 블루투스 헤드폰인 M1BT(왼쪽)와 세미오픈형 헤드폰인 L2(오른쪽)

이미 한 차례 국내 시장에서 혹한기를 보낸 필립스 음향과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지만 깁슨의 자회사가 된 이후 필립스는 다시 한 번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욱스 이노베이션스는 도시 감성을 살린 시티 스케이프 시리즈, 아웃도어에 특화된 액션핏 시리즈, 익스트림 스포츠 업체 오닐과 협업한 오닐(O’NEILL) 시리즈 등 다양한 라인업 가운데 프리미엄 오디오 제품군인 ‘피델레오(Fidelio)’ 시리즈를 중심에 두고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피델리오 시리즈 가운데 헤드폰만 놓고 보면 크게 밀폐형 수프라-오럴 타입인 M, M보다 좀 더 큰 써큐머럴 타입이며 세미오픈형인 L, 완전한 오픈형이며 대구경 드라이버 유닛을 채용한 전문가용 X로 나뉘어진다. 이 중 M 라인의 첫 제품인 M1과 여기에 블루투스 기능을 더한 M1BT가 현재 판매되고 있고, L 라인은 2번째 모델인 L2가, X 라인도 최근 X1의 후속작 X2가 각각 출시 또는 발표된 상태다.


아웃도어에 특화된 M1BT

▲ M1BT의 착용 이미지(사진=욱스이노베이션스)

M1BT는 야외에서 사용하기 알맞은 소형 온이어 헤드폰이다. 드라이버 유닛 구경은 40mm로 일반적이지만 감도가 107dB로 높고 재생 주파수 대역은 15~24500Hz로 넓은 편이다.

블루투스 재생 사양을 살펴보면 블루투스 버전 4.0을 지원하고 완충 시 최대 350시간까지 대기모드, 10시간가량의 통화 또는 음악감상이 가능하다. SBC, AAC, apt-X 코덱을 지원하며 디지털 노이즈와 에코 감소 기능을 갖췄다.

▲ 푹신한 이어패드는 귀에 꼭 맞게 밀착된다.  

사양 면에서는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이 제품의 장점은 크기. 지나치게 크지 않고 헤어밴드가 머리에 알맞게 밀착돼 착용한 모습이 지나치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아 장시간 착용하거나 휴대하기도 좋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동봉된 케이블을 꽂아 유선 헤드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보스(BOSE)의 AE2w 블루투스 헤드셋보다 작고, 자브라 레보 와이어리스보다 음질이 뛰어나며 비츠 스튜디오 2.0보다 편의성이 높다. 가격대도 소비자가격 33만 9000원이지만 현재 실 구매가는 20만 원대 후반으로 내려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 블루투스 페어링하면 파란 LED가 점등된다.

이 제품의 장점은 블루투스 헤드폰치고 상당히 안정적인 음질을 들려주는 데 있다. 블루투스 헤드폰 중 최상급 음질을 들려주는 제품이 없어 품질 면에서 편차가 덜하지만 저가 모델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벌어진다. M1BT는 가격대에 걸맞은 또렷한 음질을 들려준다. 공간감이나 해상력 등 여러 면에서 크게 흠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가죽으로 된 헤어밴드와 메모리폼 이어패드, 내부 진동이나 공명을 감쇄해주는 알루미늄 이어쉘, 유선 케이블 연결기능 등 재질과 착용감, 편의성이 매우 뛰어나다.

▲ 착용 시 '요다현상'이 없는 슬림하고 작은 크기가 인상적인 M1BT
▲ 충전용 마이크로 USB 포트가 이어패드와 지나치게 밀착돼 전용 케이블이 아니면 연결이 불편하다.
▲ 고급스러운 가죽 헤어밴드에 새겨전 필립스 피델리오 브랜드 명

제품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블랙 색상이며 하우징에 격자 무늬가 새겨져 있어 조금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착용 시 하우징이 툭 튀어나오지 않아 비교적 정장에도 어울린다.

▲ 통화용 마이크의 감도는 보통 수준. 조금 큰 목소리로 얘기해야 원활한 통화가 가능하다.

제품 우측 면 하단에는 통화용 마이크가 부착돼 있으나 감도가 좀 멀다. 목소리를 크게 내야 통화가 원활하다. 우측 하우징 중앙 부분을 누르고 있으면 페어링이 되며 LED가 점등된다. 그 옆으로 볼륨 조절과 이전곡·다음곡 선택이 가능한 레버가 마련됐다.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 볼륨을 조절하고 안쪽으로 누르는 횟수로 이전곡과 다음곡을 정하도록 해 조작부를 간결하게 했다.

이어컵은 90도 안쪽으로 회전해 납작하게 수납할 수 있다. 제품 패키지에는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벨루어 천 소재 파우치가 동봉됐다.


인도어와 아웃도에 두루 적합한 하이파이 헤드폰, L2


▲ 필립스 피델리오 L2 이미지(사진=욱스이노베이션스)

L2는 전작에서 꽤 극적인 변화가 있는 모델이다. 2012년에 출시했던 L1은 음질이 매우 우수했지만 무게가 364g으로 무척 무거웠고 오른쪽 이어컵 아래 쪽으로 약 20cm가량 케이블이 내려와 있었다. 여기에 케이블이 완벽하게 탈착되지 않고 20cm 정도가 본체에 고정돼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헤어밴드 두께도 상당했으며 이어컵과 헤어밴드 사이로 케이블이 드러나 있었다.

▲ 복고풍 디자인이 인상적인 필립스 피델리오 L1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 출시된 L2는 위의 단점들이 전부 개선됐다. 무게는 260g으로 100g이나 줄어들었고 케이블도 ‘Male-Female’ 타입에서 일반적인 ‘Male-Male’ 타입으로 분리되도록 바뀌었다. 3버튼 리모컨이 원버튼 리모컨으로 바뀌어 볼륨 조절을 할 수 없게 됐지만 통화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며 전반적으로 제품이 슬림해졌다.

▲ M1BT보다 전체적으로 부피가 커진 L2  
▲ 헤어밴드 아랫쪽에 길이 조절 눈금이 표시돼 있다.
▲ 3버튼을 1버튼으로 줄인 통화용 컨트롤러. 통화 품질이 매우 좋다.
▲ 볼륨을 높이면 하우징 바깥 쪽 그릴을 통해 소리가 새어나온다.
▲ 복원력이 뛰어나고 푹신한 메모리폼을 사용해 착용감이 우수하다.

L2는 블랙 색상에 중간 중간 밝은 로렌지 컬러를 입혔다. 헤어밴드의 가죽 천에 오렌지색으로 스티치 처리해 포인트를 줬고 리모컨 버튼 부 역시 오렌지색으로 꾸며졌다. 케이블은 리모컨이 없는 제품이 한 개 추가로 동봉됐으며 3.5mm 플러그를 6.3mm로 변환해주는 플러그 어댑터가 들어 있다.

L2의 헤드폰 케이블은 무산소 동을 사용해 만들고 패브릭 소재 천으로 외피를 감쌌다. 터치 노이즈가 살짝 느껴지지만 심하지는 않다. 대신 패브릭 소재 케이블이 단선이 잘 안 되니 일장일단인 셈이다.

  
▲ 피델리오 M1BT와 L2 모두 3.5mm 이어폰 잭 좌우에 홈이 나 있어 전용 케이블 연결 시 안정적으로 체결된다.
 ▲ L2 헤어밴드에 새겨진 필립스 피델리오 브랜드 명


피델리오 L2의 핵심인 드라이버 유닛의 구경은 40mm로 지극히 일반적인 사이즈지만 중저음역대 주파수 재생을 강조하기 위해 유닛 중심에 작은 통기 구멍(Vent)을 뒀고 경량 코일을 사용해 반응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진동으로 인한 음 엉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루미늄 덮개에 특수 설계된 플라스틱을 입혀 내부 진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억제하도록 했다.

전반적인 튜닝이 달라지고 설계가 개선되면서 L2의 소리는 L1보다 한층 좋아졌다. L1의 소리 성향은 다소 어둡고 무거웠지만 L2는 훨씬 밝은 느낌으로 재생된다. 뿐만 아니라 개방감이 전작보다 크게 개선돼 훨씬 비싼 제품과 견주어도 무리 없는 수준이다. 해상력도 우수해 곡이 끝나는 순간 줄어드는 볼륨에서 재생되는 악기들의 미세한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저음은 양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적정 수준을 내주며 주파수 대역 간 밸런스가 우수해 어느 장르에도 잘 맞다.

특히 공간감이 매우 우수해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듣기에도 좋다. X2가 이 보다 좀 더 우수한 해상력과 공간감을 들려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L2로도 악기별 정위감과 고유 음색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세미 오픈 타입이어서 바깥 쪽으로 누음이 있지만 일반적인 볼륨에서는 소리가 새어나가는 양이 크지 않아 아웃도어로 사용해도 무리 없어 보인다.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음질 갖춘 피델리오  


 ▲ 두 제품을 제공되는 파우치에 각각 담은 모습


필립스 피델리오 시리즈는 가격이 매우 착하다. 재질이나 만듦새 모두 상당히 고급스러운데도 해외 출시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음질까지 좋으니 동 가격대에서는 최선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다. 다만 디자인은 호 불호가 갈릴 것이다.

피델리오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가죽과 금속, 그릴 형태의 하우징을 채용해 고풍스럽고 점잖은 느낌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톡톡 튀는 컬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10대도, 40대도 착용하기에 무리 없는 무난한 디자인 역시 피델리오의 장점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욱스 이노베이션스는 피델리오 시리즈 외에도 DJ 헤드폰 시리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유명 DJ 아민과 협력해 만든 제품이다. 또한 12월쯤에는 세계 최초로 라이트닝 커넥터를 장착하고 24Bit DAC를 내장한 M2L도 출시할 계획이다. 디자인이 클래시컬하지만 기술력과 시장 대응은 날렵하고 기술적이다.

▲ 피델리오 M1BT 유튜브 영상
▲ 피델리오 L2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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