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와 힙합, 댄스곡에 최적화된 스컬캔디 크러셔
헤드폰 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고음질을 추구한 하이파이 헤드폰이고, 다른 하나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헤드폰이다. 전자는 젠하이저, AKG, 슈어, 울트라손, 베이어다이나믹 등의 업체들이 헤드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고
패션 헤드폰 쪽으로는 닥터드레라 부르는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헤드폰이 대표주자다. 하지만 패션 헤드폰은
디자인과 색상을 강조하고 스타 마케팅의 비중이 크다 보니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형편 없는 소리를 들려주거나 저음부가 유독 강조돼 밸런스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패션 헤드폰일지라도 지나치게 음질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서서히
외면하는 분위기다.
음질 나쁜 패션 헤드폰 인식을 불식시켜주는 슈프림 사운드
헤드폰 브랜드 스컬캔디의 제품도 일종의 패션 헤드폰이다. 스컬캔디는 특유의 해골 마크와 다채로운 컬러 배리에이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 종류와 각종 콜라보 에디션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격은 해외 유명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저렴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평가에 만족하지 못한 스컬캔디는
음질과 패션이라는 두 가지 요소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보스(BOSE)의 수석 음향 엔지니어인
오이시 테츠로 박사를 2010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오이시 테츠로 박사는 깊은 저음역과 풍부한 공간감, 투명한 음색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유닛을 새롭게 설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스컬캔디는 ‘슈프림 사운드’라는 신기술 덕분에 음질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진동 재생용 유닛을 추가한 ‘크러셔’
헤드폰
음질과 패션 두 가지 흥행요소를 갖춘 스컬캔디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느끼는 박력 넘치는 저음의 진동을 헤드폰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컬캔디가 새롭게 연구한 과제였다. 우선 스컬캔디는 기존 슈프림 사운드가 적용된 40mm 구경의 마일러(Mylar) 드라이버 유닛을 장착하고 저음
신호를 진동으로 강력하게 방출하는 ‘센세이션55(Sensation55)’
드라이버를 추가로 장착한 4유닛 헤드폰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름도 무지막지함이 느껴지는 ‘크러셔(Crusher)’.
크러셔는 강력한 저음과 진동을 동시에 내준다. 다만 센세이션55 드라이버 유닛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내장된 앰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하게 된다. 배터리는 AA
사이즈 단 한 개만 사용하며, 배터리 하나로 약 40시간
동안 진동을 내뿜을 수 있다.
헤드폰 오른쪽에는 배터리를 삽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헤드폰 왼쪽에는 저음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레버가 마련됐다. 사용자는
이 레버를 통해 저음의 진동 양을 조절할 수 있다. 10초 이상 진동이나 음성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대기 모드로 전환된다고 하니 배터리 하나로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점은 마음에 든다.
배터리가 없거나 레버를 완전히 끄면 센세이션55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하지 않고 마일러 드라이버 유닛만을 사용해 슈프림 사운드를 재생한다. 진동을 배제하더라도 사운드의 품질 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크러셔는 또 탈착 가능한 싱글 케이블을 적용했다. 케이블은 패브릭 재질로 덮여 있는데 아쉽게도 터치 노이즈는 약간 발생한다. 케이블에는
하나의 버튼만 마련됐는데 이 버튼은 단순히 통화와 음악 재생만 가능하게 해준다. 투박하고 큼직한 리모컨
버튼은 살짝 아쉽다.
써큐머럴 헤드폰치고 상당히 가벼워 장시간 착용에 적합
크러셔는 귀 전체를 덮는 써큐머럴 타입이다. 이런 대구경 헤드폰치고는 의외로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 장시간 사용해도 귀에 압박감이 덜하다. 크러셔의 색상은 전체적으로 단일 색상으로 만들어져 제법 얌전한 인상이지만 스컬캔디의 상징인 해골 마크가 곳곳에
인쇄돼 있어 대번에 스컬캔디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이나 착용감은 만족스럽지만 소비자가격 16만 9000원인 이 제품의 단점은 그리 고급스럽지 않은 모양에
있다.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 아쉽고 특히 리뷰를 위해 대여한 라임 색상은 그 튀는 색상
때문에 직장인들이 착용하려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크러셔 박스 안에는
AA 건전지 1개와 천으로 된 파우치가 동봉돼 있다.
영화와 게임에서 효과 상당하지만 하이파이와는 거리가 먼 사운드
실제로 크러셔 헤드폰을 들어봤다. 전체적은 분위기는 비교적 밸런스가 잘 잡힌 음색이다. 그러나 소리가
앞으로 확실하게 튀어나오지 않고 뒤쪽에 머무는, 얌전한 인상이 의외였다. 저음은 단단하지 않고 풍성한 느낌이 덜해 소리가 심심하게 들린다. 가격대도
그렇고 스컬캔디의 포지션이 고해상도 사운드 지향이 아닌 탓에 음악성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나치게 저음부가 강조되지 않고 나름의 밸런스 성향을
보인 점은 높이 살 만했다.
다음으로 AA 건전지를
삽입해 청음해봤다. 저음 진동을 맥스로 한 상태에서도 이렇다 할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재생하는 음원에 초저음역 성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콘트라베이스로만 연주되는 음원을 재생하자 곡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마칠 때까지 시종일관 강력한 진동이 두 귀를 괴롭혔다. 영화관에서 폭발하는 신에서 느껴질 법한 진동이 머리와 귀를 흔들어댔다. 그러한
진동을 좋아하는 이라면 꽤 매력적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진동이 강하게 울렸다. 하지만 이 진동이 오히려
음악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크러셔를 착용한 상태로 액션 영화와 게임을 하면 재미가
확연히 증가한다.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는 부분에서 서서히 강조되는 저음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각종 폭발 신과 충돌 장면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소리의 임팩트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용할수록 크러셔는 ‘프로 게이머용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리하면 크러셔는
10만 원대 패션 헤드폰이다. 그러나 디자인이 지나치게 요란하지 않고 소리도 중고음역이
충실이 재생된다. 여기에 강력한 저음 진동만을 위한 드라이버 유닛을 추가함으로써 저음부에서 둥둥거리는
저음이 아주 강하게 느껴진다. 본격적인 음악 감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비트 있는 음악을
즐기고 영화나 게임 등을 즐길 때 함께 사용할 수 있는 10만 원대 제품을 찾고 있다면 스컬캔디 크러셔는
굉장히 큰 만족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ullcandy Crusher
장점
비교적 저렴한 가격,
심플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
액션영화, 게임, 힙합 등에 특화된 초저음 진동이 압권
대구경 써큐머럴 헤드폰치고는 무척 가벼운 무게
건전지 하나로 40시간
진동 유지. 건전지 없어도 재생 가능
단점
소리가 고급스럽지 못하다. 질감도 해상력도 하이파이적이지 않다.
재질이 싼 티 나는 게 흠. 특히 이어패드와 헤드밴드 쿠션이 조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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