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터블 오디오 시장을 이끌었던 아이리버가 스튜디오 마스터 수준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는 ‘아스텔앤컨(Astell&kern)’ 플레이어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 시리즈의 성공에 고무돼 올해 초 1400만원짜리 거치형 네트워크 오디오 플레이어인 ‘AK500N’을 선보였고, 4월 중 AK500N과 함께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AK500A’와 파워 서플라이 ‘AK500P’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세 제품의 합산 금액은 200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로 관측된다.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이 해외 유명 오디오 매체에서도 잇단 호평을 받자 ‘하이엔드 오디오’를 지향하기로 결심했다. 음질에 타협하지 않고 모든 물량을 투입해 최고급 오디오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엔지니어’적 발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가격이 배로 오르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이리버가 처음 선보인 1호 아스텔앤컨은 2012년 10월경에 출시된 ‘AK100’이다. 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자그마치 69만 8000원으로,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와 비교가 안 되는 높은 판매가격을 자랑했다.
당시 아이리버 측은 “철저히 고음질을 추구하며 고급 부품을 적용한 만큼 MP3 플레이어와 가격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AK100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192kHz/24bit 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한 플레이어였다.
AK100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아이리버는 좀 더 음질을 가다듬은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후속작인 AK120이 이듬해 5월 출시됐다. 이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AK100보다 2배 이상 오른 148만 원에 달했다.
아이리버 측은 “WM8740 DAC 칩셋을 2개 사용하고 블루투스 3.0도 지원하는 등 AK100보다 상위 모델이며 디자인도 개선됐다”고 가격 인상 요인을 설명했다.
이 2 모델의 2세대 버전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5월 출시됐다. DSD 음원 재생, 시러스 로직의 CS4398 DAC 장착 등 기능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지만 소비자가격은 2세대 AK100이 109만 원, 2세대 AK120이 198만 원으로 모두 인상됐다.
이 보다 앞선 2014년 1월에는 아이리버가 가진 모든 기술을 투입해 만든 최상위 아스텔앤컨 ‘AK240’이 출시됐다.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두랄루민과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한 AK240의 소비자 가격이 278만원으로 책정되며 또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런데 아스텔앤컨의 가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리버는 올해 초 AK240의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인 ‘AK240SS’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자그마치 349만 원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AK240과 AK240SS는 두랄루민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변경됐을 뿐 스펙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질적인 개선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아스텔앤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기존의 AK240은 아노다이징 처리된 두랄루민 바디에 레이저 에칭을 통해 몇 개의 그라운드 포인트를 적용했습니다. 반면 순수한 스테인리스 스틸 바디 전체를 GND(그라운드, 접지)로 사용하는 AK240SS의 경우 더 넓은 면적과 더 많은 GND 포인트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음질 개선을 가져왔습니다”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재질을 바꿔 그라운드 노이즈를 줄였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무려 71만 원이나 인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도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포터블 고음질 플레이어는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시리즈와 소니 제품이 대표적이다. 아이리버의 끝 없는 가격 인상과 달리 소니코리아는 첫 제품인 NWZ-ZX1을 79만 9000원에 출시한 이후 24만 9000원짜리 보급형 모델 ‘NWZ-A15’와 139만 9000원짜리 플래그십 모델 ‘NW-ZX2’를 나란히 출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어 아이리버와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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