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6일 월요일

[기자수첩] 감정다툼으로 얼룩진 오디오 업계

오디오 마니아들은 각종 최신·최고급 오디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디오쇼에 관심을 가진다. 현재 국내 오디오 시장은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보다 크게 위축됐지만 오디오 마니아층이 탄탄해 오디오쇼에는 적쟎은 이들이 모여든다. 
작년에는 오디오쇼가 두차례에 걸쳐 개최됐다. 서울국제오디오쇼(SIAS)는 4월, 국제하이엔드오디오쇼(KHAS)는 9월에 열렸다. 올해의 경우 국제하이엔드오디오쇼 개최 시기가 3월로 조정되면서 3월·4월 잇따라 오디오쇼가 열리게 됐다. 장소도 같은 코엑스에서 열린다. 왜 이렇게 오디오쇼가 중복돼 열리게 됐을까? 
그 배경에는 오디오 업체 간 불화가 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벌어진 업체들이 함께 오디오쇼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면서 작년에 오디오쇼가 2개로 나눠졌고, 올해는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서로 ‘정통 오디오쇼’임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쇼의 역사를 한번 짚어보자. 국내에서 오디오쇼가 가장 먼저 열린 것은 1996년이었다. ‘서울하이파이오디오쇼’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첫 오디오쇼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힐튼호텔에서 ‘룸쇼(Room Show)’ 형태로 열렸다. 일부 오디오 수입원들이 뜻을 모아 해외 유명 오디오쇼처럼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오디오쇼는 이후 ‘2002 서울오디오페어 디지털AV쇼’로 이름을 바꿨다. DVD와 멀티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등장, 대화면 LCD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프로젝터의 등장이 AV 붐을 일으켰고, 이것이 오디오쇼에 더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등장한 AV 기기들이 쇼의 메인이 된 것에 불만을 갖게 된 오디오 업체들은 다시 과거의 룸쇼 형태의 오디오쇼를 열기로 결정하고, 2003년 새롭게 호텔에서 열리는 ‘아이어쇼(EyearShow)’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AV쇼와 아이어쇼가 함께 열린 2003년은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의 해였다. 4월에 고급 하이엔드 오디오쇼가,  9월에 첨단 AV 제품이 대거 전시되는 만큼 같은 쇼가 중복된다는 느낌도 없었고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간격이 있어 좋았다. 그러나 이런 마니아들의 기쁨과 달리 두 쇼는 협단체가 존재하지 않아 참여업체 간 불협화음 끝에 사라지게 됐다. 

다시 오디오쇼가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오디오 관련 매거진 시장은 고사 위기를 맞았지만 반대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는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해 규모를 키워나갔는데, 그 중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하이파이클럽’이 2011년부터 ‘서울국제오디오쇼’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서울국제오디오쇼는 아이어쇼의 방식을 고스란히 가져와 다시금 오디오 업체들과 함께 호텔에서 ‘룸쇼’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는 이 때부터 불거졌다. 오디오 대리점으로 시작해 빠르게 사세 확장을 거듭한 한 수입업체가 상도의를 무시한 채 다른 수입업체들의 브랜드를 빼앗으려 시도했고, 그 결과 몇몇 큰 수입업체들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수입업체들과 감정의 골을 키운 이 업체는 자체 브랜드 홍보를 위해 오디오쇼를 주관하는 하이파이클럽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해나가며 양사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반면 다른 오디오 수입업체들은 상도의를 무시하고 시장을 무너뜨리는 업체와 오디오쇼를 함께 나갈 수 없다면서 오디오쇼 불참을 통보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단법인 수입오디오협회’를 발족시키고 ‘국제하이엔드오디오쇼’를 별도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서로 악화된 관계가 올들어 3월·4월의 연이은 오디오쇼 형태로 나타났다. 

서로의 감정다툼으로 같은 장소에서, 1개월도 채 안되는 시차를 두고 오디오쇼가 2번 열리는 것은 오디오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특히 요즘같이 오디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오디오 시장을 둘로 나누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게 뻔하다. 오디오 산업 관련업체들이 진정 소비자들을 위하고 오디오 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힘을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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