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책상 위 미니 씨어터를 완성시켜 주는 오렌더 '캐스트파이 7'

전통적인 오디오 감상법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라디오를 통한 음악방송은 ‘팟캐스트’라 부르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으며 LP와 카세트테이프, CD 같은 음반은 ‘MP3’ 등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 재생으로 변하고 있다. 비교적 첨단기술로의 변화가 느린 오디오 업계가 이번 만큼은 무선 스트리밍 재생 기기들을 빠르게 출시하며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무선 스트리밍 오디오 시장은 음향 설계도 중요하지만 무선전송 기술도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 따라서 오디오 생산 경험이 적은 가전업체도 스트리밍 오디오 시장에서는 기술 간격을 좁히기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트리밍 오디오 기기를 전보다 적극적으로 출시하는 것도 한층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캐스트파이 7과 사은품들

티브이로직의 올인원 네트워크 플레이어 '캐스트파이 7'
국내 대기업의 오디오 시장 진출과 전통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 속에서 국내 기업인 티브이로직 내 스마트 오디오 사업부도 의미 있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100% 스트리밍 재생을 염두에 둔 소형 니어필드 오디오 시스템 ‘오렌더 캐스트파이 7(Aurender Cast-Fi 7)’이 그것이다. 

오렌더 캐스트파이 7 중 ‘오렌더’는 티브이로직 오디오 제품의 브랜드명이다. 본래 오렌더는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오디오 서버 W20를 비롯해 200~300만 원대 제품인 X100S/X100L 같은 중급 기기들이 주요 제품이었으나 캐스트파이 7은 소비자가격 36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책정됐다. 


7인치 디스플레이와 크롬캐스트 조합으로 미니 씨어터 완성

-캐스트파이에 크롬캐스트를 연결하고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는 모습

캐스트파이 7의 주요 특징은 7인치 대화면(삼성 PLS-LCD 사용, 1024x600 해상도)을 갖춘 디스플레이-스피커-DAC-앰프 일체형 제품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오디오 제품과 달리 케스트파이 7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제품 뒷면에는 충전용 USB 단자와 HDMI 단자만 각각 1개씩 마련돼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신 HDMI 단자에 구글의 ‘크롬캐스트’를 연결함으로써 본격적인 스트리밍 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크롬캐스트와 연결하는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정도라면 누구나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는 일종의 IPTV 기능을 하는 와이파이 동글이다. HDMI 단자를 갖춘 디스플레이 기기에 크롬캐스트를 연결한 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크롬캐스트’ 앱을 설치하고 두 기기를 동기화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설정을 마칠 수 있다. 가령 사용자가 크롬캐스트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나 벅스, 호핀, 티빙의 콘텐츠를 재생하며 화면 상단의 크롬캐스트 아이콘을 터치하면 해당 영상을 크롬캐스트 동글이 연결된 기기에서 즉시 재생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와 소형 마이크로 USB 케이블로 깔끔하게 연결한 뒷모습

이 때 해당 영상 재생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있는 콘텐츠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재생되므로 한 번 재생을 시작한 뒤로는 스마트폰을 끄거나 다른 작업을 해도 영상 재생이 멈추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콘텐츠 재생에 있어 단순히 리모컨 역할만 할 뿐이고, 크롬캐스트가 서버에서 해당 영상을 와이파를 통해 불러와 디스플레이 기기로 전송하는 것이다. 만약 호핀이나 티빙의 유료 서비스 이용자라면 영화나 드라마 등 각종 유료 콘텐츠도 TV 등의 대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다. 

캐스트파이 7은 이처럼 크롬캐스트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기다. 제품을 구입하면 소비자가격 4만 9900원짜리 크롬캐스트가 사은품으로 제공된다. 크롬캐스트를 캐스트파이 7에 연결하고 간단한 세팅을 마치면 유튜브의 수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리뷰를 위해 대여 받았기 때문에 호핀이나 티빙의 최신 유료 콘텐츠들을 이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각종 영화와 음악 등이 셀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특히 상단에 마련된 7인치 광시야각 디스플레이를 통해 음악을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공연실황으로도 즐길 수 있어 좋다. 

제품명 ‘캐스트파이 7’은 크롬캐스트의 ‘캐스트’와 하이파이 중 ‘파이(Fi, Fidelity의 준말)’를 합친 표현이다. 그 뒤의 숫자 7은 ‘7인치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부분은 ‘Fi’다 오렌더는 기본적으로 오디오 기기 브랜드다. 당연히 크롬캐스트와 디스플레이보다 오디오적인 면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2웨이 2스피커 유닛을 사용한 스피커 부

캐스트파이 7은 고음질 재생을 위해 하나의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대신 1인치 트위터와 3인치 우퍼를 사용해 2웨이 2스피커로 완성했다. 캐스트파이 7의 크기가 상당히 작은데도 불구하고 이 제품의 출력은 24W로 상당하다. 내장 앰프의 구동력이 좋아 볼륨이 꽤 크게 올라가고, 높은 볼륨에서도 소리가 갈라지지 않고 선명하게 재생된다. 

캐스트파이 7의 인클로저는 통 알루미늄으로 돼 있다. 따라서 상당히 무겁다. 두꺼운 알루미늄을 사용한 까닭은 대음량에서 기기에 생기는 미세진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캐스트파이 7과 기타 다른 소형 스피커들의 가장 큰 단점이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 출력을 높이다 보니 진동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기에 더해지는 진동은 음상을 흐트러뜨리고 명료함을 떨어뜨린다. 반면 캐스트파이 7은 묵직한 인클로저 덕분에 볼륨을 높여도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제품 상단에는 전원버튼과 볼륨 버튼, 음소거 버튼만이 마련됐고 기타 조작은 동봉된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제품 뒤쪽 하단부에는 덕트가 마련됐고 그 위로는 손잡이를 둬 휴대가 간편하도록 했다. 







-묵직한 무게를 고려한 히든 손잡이

캐스트파이 7의 또 다른 사용법은 HDMI 단자를 활용해 DVD 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과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본체에 마련된 HDMI 단자는 하나뿐이어서 다른 기기와 연결하려면 크롬캐스트를 분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 파일이나 영화 파일을 아직은 독립적으로 재생할 수 없다. 후에 크롬캐스트를 통한 다운로드 콘텐츠 미러링 기능이 구현된다면 영화와 음악을 좀 더 손쉽게 재생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유료 스트리밍 콘텐츠 외에는 재생하기 어렵다.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는 자막을 포함한 영화 파일과 음악도 잘 재생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한 티브이로직은 캐스트파이 7의 사은품으로 초소형 HDMI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테스트 삼아 MP3 파일과 동영상 콘텐츠를 재생해 본 결과 자막 파일까지 무리 없이 재생했다. 그러나 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연결하면 크롬캐스트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장점이 반감된다. 

장점 
가격대를 웃도는 재질과 만듦새, 그리고 음질
크롬캐스트를 통한 무한한 콘텐츠 재생 가능 
크지 않은 7인치 화면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간편하게 동영상 감상 가능

단점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블루투스를 지원했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한 단자로 인해 제한되는 확장성 

총평 
캐스트파이 7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컨셉의 제품이다. 고음질 스피커 유닛과 DAC, 앰프와 디스플레이 기기가 하나로 결합됐다. 화면 크기가 작지만 책상에 두고 간편하게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의외로 꽤 편리하다. 그런데 크롬캐스트 기반의 액세서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크롬캐스트 없이 단독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도 없다. 블루투스 재생기능이라도 있었다면 스마트폰의 음악을 즉시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초소형 미디어 플레이어도 기기 옆에 연결해 두기 번잡하다. 지금 상태로도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지만 차기작에서는 직접 동영상과 음원을 재생할 수 있도록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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