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100만원 미만 프리미엄 헤드폰 3종(MDR-Z7/T90/X2) 성능 비교

CD보다 우수한 고음질 음원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도 좀 더 좋은 음질을 듣기 위해 헤드폰과 DAP(Digital Audio Player)에 더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DAP는 MP3 플레이어를 포함한 음원 재생기의 총칭이지만 이제는 MP3나 CD보다 음질이 뛰어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통용되고 있다. 아직 DAP가 대중화되지 않은 만큼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고음질 플레이어와 고음질 음원을 갖추게 되면 자연스레 그에 맞춰 헤드폰도 고가의 상급기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몇몇 헤드폰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헤드폰은 200만 원이 넘어 선뜻 구입하기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부 제조사들은 그 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고음질 헤드폰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니의 MDR-Z7와 독일 베이어다이나믹의 T90, 그리고 욱스이노베이션스의 필립스 피델리오 X2를 꼽을 수 있다. 세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살펴보면, T90은 82만 원, MDR-Z7은 69만 9000원, X2는 42만 원이다. 특히 MDR-Z7과 베이어다이나믹 T90은 실 구매가격이 소비자가격보다 꽤 낮아져 구매 부담이 한층 줄어들었다. 피델리오 X2는 다른 두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필립스 헤드폰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같은 등급에 놓기 손색 없다. 
이들 3개 제품은 또 디자인과 소리 성향에서도 꽤 큰 차이를 두고 있다. 모두 음질이 상당한 실력기지만 디자인과 음 성향이 사뭇 달라 한 번도 듣지 않고 선뜻 구입하기는 망설여진다. 이에따라 3개의 헤드폰을 직접 착용하고, 청음해봤다. 

제품의 만듦새는 소니 MDR-Z7이 압도적으로 우수 



먼저 제품의 만듦새를 살펴보자. 외관을 살펴보면 만듦새나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소니 MDR-Z7이 가장 뛰어나다. 전체적인 마감이 상당히 뛰어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헤드폰의 프레임과 이어컵의 연결도 좋고 이어패드와 헤드밴드의 마감도 좋다. 특히 전체적으로 금속 재질을 사용해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든다. 

구성품도 MDR-Z7이 가장 많았다. 케이블 교체가 가능한 설계인데 3m 길이의 일반 케이블과 2m길이의 밸런스드 연결용 케이블과 6.3mm 변환 플러그 어댑터가 동봉됐다. 

소니 MDR-Z7의 가장 큰 강점은 유명 케이블 제조사 킴버가 MDR-Z7을 위한 커스텀 케이블 3종(3.5mm 플러그/6.3mm 플러그/밸런스드)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추가비용을 내면 각자의 청취환경에 적합한 케이블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베이어다이나믹의 T90의 만듦새도 우수하다. 다만 베이어다이나믹은 T90과 동사(同社)의 다른 제품들의 설계와 디자인, 부품들이 오랫동안 공통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참신하다거나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벨루어 천을 사용한 이어패드는 촉감이 무척 부드럽지만 먼지가 잘 붙어 틈틈이 털어내는 것이 좋다. 제품과 별도로, T90은 가죽으로 된 전용 캐링 케이스가 제공돼 좋다. 

필립스 피델리오 X2는 가격을 염두에 뒀을 때 만듦새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재질 면에서 앞의 두 제품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 이 부분은 소비자가격의 한계로 보인다.


 
X2는 장력이 세게 느껴지고 T90은 귀에 밀착되지 않아


프리미엄 헤드폰이라면 장시간 착용했을 때의 착용감도 중요하다. 착용감은 귀와 머리에 전해지는 압박감 정도와 무게, 그리고 무게 배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개의 헤드폰을 착용해 보니 착용했을 때의 착용감도 MDR-Z7이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무게 배분이 좋아 꽤 크고 무거운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머리에 썼다’는 생각이 가장 적게 들었다. 특히 벨벳이나 벨루어 이어패드가 아닌 가죽 이어패드를 사용해 귀에 알맞게 밀착되는 느낌이다. 하우징 재질도 마그네슘이어서 가볍고 귀에 전해지는 인장력도 아주 세지 않았다. 장시간 착용해도 덜 부담스럽다. 

피델리오 X2는 헤드밴드 아래로 내려온 프레임을 통해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다. AKG의 고급 오픈형 헤드폰처럼 2중 구조로 된 헤드밴드를 통해 착용위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무척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지만 정수리 부분이 더 눌리는 느낌을 받았고 인장력도 세 장시간 착용하면 두 귀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T90은 상대적으로 덜 밀착되는 느낌이다. 귀에 꽉 눌리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T90처럼 너무 헐거우면 머리에 딱 맞게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게 된다. 무겁지는 않은데 안정감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착용감이 떨어진다. 하우징이 좌우로 좀 더 회전돼 곡선 형태로 된 사람의 두상에 맞게끔 각도가 조정돼 밀착되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서 다른 두 제품에 비해 부족하다. 


 
클래식을 듣는다면 T90, 팝 위주로 듣는다면 Z7, 올라운더를 원하면 X2


그렇다면 제품의 소리는 어떨까. 3개의 헤드폰으로 여러 장르의 곡들을 번갈아 들어보면 세 제품의 소리 성향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장르별로 나눈다면 T90은 클래식에 강점을 보였다. 고음역대가 굉장히 선명하게 들린다. T90의 상위 모델인 T1에 거의 근접한 소리를 내주며 반응속도도 빠르다. 현악기와 타건악기의 섬세함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저음의 양감과 펀치력은 그리 센 편은 아니다. 클래식이나 뉴에지지 같은 연주곡 위주로 듣는다면 T90이 좋은 선택일 것이다. 장시간 듣기에도 편안하다. 굉장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피델리오 X2와 MDR-Z7은 T90보다 좀 더 올라운더 성향이 강하다. 그 중에서 X2가 좀 더 중립적인 음색이어서 폭넓게 즐기기 알맞다. X2는 T90보다 소리가 묵직하지만 충분히 해상력이 뛰어나고 개방형 헤드폰다운 공간감이 좋다. 전체적으로 모범생다운 느낌이다. X2는 어느 대역, 어느 장르에 최적화된 소리라기보다 전 대역, 모든 장르에 걸쳐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준다. 홈런을 잘 치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항시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믿음직한 선수 같은 느낌이다. 


MDR-Z7은 세 제품 중 유일한 밀폐형 헤드폰이다. 그렇지만 에어 벤트를 둬 소리가 좀 더 자연스럽고 울림이 풍성하도록 설계했다. 드라이버 유닛 크기도 70mm로 커져서 웅장하고 호방한 사운드를 내게 됐다. 젠하이저의 HD800도 드라이버 유닛 크기가 57mm에 불과하니 얼마나 큰 드라이버 유닛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소니는 일전에 MDR-MA900이란 헤드폰에 처음으로 70mm 대구경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했었다. 이 때 얻은 기술력과 경험치가 MDR-Z7에 투입된 인상이다. 무엇보다 MDR-Z7은 초고음역 재생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고음질 음원의 많은 정보량을 적극적으로 재생한다. 문제는 장시간 들으면 귀가 쉽게 피곤해진다. 밀폐형에 대구경 유닛을 사용한 만큼 장시간 듣거나 볼륨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다른 헤드폰보다 저음이 풍성해 팝, 록, 힙합 등을 듣기에 좀 더 적합한 소리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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