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7일 월요일

블루투스로 고음질 재생 가능할까?

스마트폰 업계에서 무선충전 기능이 이슈가 됐듯, 유선은 시간 지나면 자연스레 무선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미 전화기, 인터넷, 청소기 등 유선으로 연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많은 상품이 무선으로 변경됐다. 향후 배터리 기술이 더욱 발달된다면 더 많은 제품이 선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으리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여러 분야에 걸쳐 무선기술이 대두되고 있지만, 오디오 분야에서의 무선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은 소스기기와 앰프, 스피커 등 여러 기기를 유선 케이블로 연결해 구축하는데, 선이 많고 복잡해 초보자들이 쉽게 즐기기 어렵고 선 정리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와이파이, DLNA, 블루투스 등 무선 연결 방식이 속속 등장하면서 조금씩 복잡한 케이블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블루투스의 등장으로 급격히 무선화 진행 중인 헤드폰·이어폰

헤드폰과 이어폰도 무선으로 바뀌고 있다. 헤드폰과 이어폰은 주로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연결을 해왔다. 대략 10m 내외의 무선 연결 범위를 제공하는 블루투스 기술은 몸에 착용하는 헤드폰·이어폰과 소스 기기가 되는 포터블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간편하게 무선으로 음악을 즐기도록 해준다. 헤드폰과 이어폰으로 재생되는 소리는 아주 클 필요가 없어 배터리 소모량이 많지 않다. 따라서 배터리 부의 부피를 줄일 수 있어 무선 기기로의 변화가 비교적 쉽다. 

다만 블루투스 기술은 데이터를 압축 전송하는 데 필요한 여러 코덱을 사용하는데, 태생이 음성 통화를 위해 등장했던 만큼 높은 압축전송으로 음 손실이 크다. 블루투스 기기의 대표 코덱인 SBC 코덱은 ‘328kbps, 44.1kHz’ 수준으로 데이터를 압축 전송해 다이내믹레인지와 재생 주파수대역이 넓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무선으로 편리하지만, 음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양날의 검을 안게 된 셈이다. 


▲기존 블루투스 SBC 코덱보다 월등히 향상된 음질을 자랑하는 LDAC(사진=소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음향 업계는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기술이 Apt-X 코덱이다. 2009년 블루투스 버전이 3.0으로 올라간 이후 전송 대역폭이 24Mbps급으로 향상됨에 따라 압축 효율을 높여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 시기에 등장한 Apt-X 코덱은 16bit 음원 압축 전송이 가능해 CD 수준의 음질을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압축률은 약 1/4인데 기존 SBC가 1/20의 높은 압축률이었던 것에 비하면 압축률을 비약적으로 낮춘 셈이다. 이런 고용량 데이터 전송을 통해 음 지연을 좀 더 줄이고 비트 에러율을 좀 더 낮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Apt-X도 최근 유행하고 있는 초고음질(CD 규격인 44.1kHz/16bit 이상인, 최소 24bit로 수록된 음원) 음원을 재생하지 못한다. 

이에 소니 엔지니어들은 소니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고음질 음원(HRA, High Resolution Audio)을 무선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고음질 코덱을 개발했다. 이름하여 ‘LDAC’이다. 

최대 990kbps의 전송률로 96kHz/24bit 음원도 전송

LDAC은 기존 SBC 코덱(328kbps, 44.1kHz) 대비 최대 3배의 전송 폭(990kpbs)을 지원한다. LDAC 코덱을 지원하는 기기에서는 무선으로도 96kHz/24bit의 고음질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기존의 CD 음질의 음원의 경우 더욱 더 유선에 가까운 음질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LDAC는 음질과 전송효율이 균형 잡힌 전송 대역을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사진=소니)

소니 관계자는 “SBC는 CD 음질(44.1kHz/16bit)을 대상으로 설계된 것이므로, 무선 전송 비트레이트를 올려도 CD 수준 이상의 음질을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트레이트가 향상된 LDAC을 사용할 경우, CD 음질보다 향상된 수준의 음질을 들을 수 있다. 특히 LDAC의 개발 단계에서, 단순히 SBC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 아니라 무선 전송에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96kHz/24bit의 전송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했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LDAC을 사용할 경우 이론상 가장 접합한 비트레이트를 찾아 3단계 구간을 설정했다. 소니는 현재 990kbps(음질 우선 모드)/660kbps(표준 모드)/330kbps(연결 우선 모드)가 가장 전송효율이 높은 구간이라면서 이 3가지 구간 중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가장 전송률이 낮은 330kbps라도 기존 코덱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의 압축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SBC의 328kbps보다 소리가 좋다. 

소니만 LDAC 제품 출시, 업계 표준이 되려면 갈 길 멀어...

하지만 LDAC도 단점이 있다. 블루투스는 같은 코덱을 코딩/디코딩해 전송/수신하는 방식이므로 송신기와 수신기 모두 LDAC을 지원해야 한다. 즉, 현재로서는 소니가 만든 제품으로만 LDAC 전송/재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LDAC을 지원하는 제품은 헤드폰에 MDR-1ABT가 유일하며, 스피커로는 SRS-X33/ SRS-X55/ SRS-X77/ SRS-X88/ SRS-X99, 포터블 오디오 플레이어로는 NW-ZX2, NWZ-A10 시리즈, 스마트폰으로는 엑스페리아 Z3+/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로는 엑스페리아 Z4 태블릿이 전부다. 아직 다른 업체에서는 LDAC 코덱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LDAC 지원 제품들. 현재로선 소니 제품만 LDAC을 지원한다.(사진=소니)

결국, 소니의 기기로만 LDAC을 이용할 수 있는데 고음질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지원 제품의 다양성이나 고급 모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소니는 지금껏 자체 포맷을 꾸준히 선보이며 업계 표준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는데 실패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LDAC이 새로운 고음질 블루투스 코덱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타사와의 협력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Apt-X 코덱은 영국 북아일랜드 기반 ‘Audio Processing Technology’에서 개발한 오디오 코덱이다. 이 회사는 후에 영국 CSR에 인수됐다가 2013년에 이 코덱과 관련된 사업부가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사인 애플에서 아이폰에 Apt-X 코덱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 소니의 LDAC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고음질 전송이라는 이점이 있는 만큼 아이폰과 비츠 일렉트로닉스에서 LDAC을 지원하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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